진격의 거인 리뷰에 이어 이번 글도 진격의 거인에 대한 글입니다. 진격의 거인 엔딩이 처음 나왔을 때 아르민의 대사 때문에 꽤나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에렌이 인류의 8할을 학살한 사실을 알게 되고 아르민이 에렌에게 고맙다는 대사를 쳐서 논란이 되었었습니다. 이를 본 독자들은 학살자 옹호다 뭐다 하며 욕을 해댔었는데,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게 문제가 될 대사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먼저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파라디섬의 자원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다가 에르디아인을 보는 시선은 좋지 않습니다. 과거 에르디아인들이 거인의 힘을 써서 무력정치를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에르디아인들을 차별하고 그들을 따로 격리시켜 살게하거나, 에르디아인이라는 증표를 달고 다니게 했습니다). 거기다가 파라디 섬은 외부의 존재를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뿐더러 기술적으로도 뒤쳐저 있고, 정보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자유를 항상 원했던 에렌에게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땅울림을 일으켜서 인류를 학살하고, 그런 자신을 친구들이 막음으로써 세상에 인정받게 하는 방법만이 에렌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습니다.
에렌은 죽기 전에 좌표공간으로 아르민, 미카사 등 자신의 친구들과 따로 얘기를 나누었었는데요. 거기서 아르민이 에렌에게 위 사진과 같은 대사를 날려서 논란이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아르민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런 대사를 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선 아르민은 에렌과 소꼽친구입니다. 극중 에렌이라는 인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해하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제 인구의 8할을 죽였지만 미카사 다음으로 에렌 옆에 오래 있던 캐릭터이기 때문에 에렌이 학살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제일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에렌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을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땅울림을 진행하게 되었고, 이를 알게 되었을 때 물론 화를 내고 왜 그런 짓을했냐며 울분을 토하지만 그와 동시에 에렌이 자신들을 위해 이 선택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친구로써 고맙다라는 인사를 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렇게 말하면 그런 친구랑은 손절이 답이다. 그냥 학살자한테 뭔 감사인사냐라고 하는 분들이 아직 있으실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에렌을 히틀러에 빗대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표현은 틀린 거 같습니다. 만약 그 시대로 빗댈거면 에렌은 나치쪽이 아니라 유대인쪽이지 않나싶습니다. 나치=모든 국가, 에르디아인=유대인. 이런 식으로 빗대야 그나마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되는데요(실제로 벽 밖 나라에 사는 에르디아인들은 2차세계대전 유대인들처럼 문양을 달고 다니고, 에르디안인 전용 구역에서만 살 수 있었습니다). 나치에게 가스 실험당하고 핍박당하던 유대인들을 보고 자기 민족 구하겠다고 나치를 학살한다고 할 때, 그건 너무 비인도적이다. 윤리적으로 어긋난 짓이다. 같은 유대인들 중에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자신들을 위해 희생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에렌 본인도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작중 에렌의 대사중에서 자신같은 바보가 이런 힘을 갖게 되서 이런 방법밖에 자신을 떠올리지 못해 후회하는 늬앙스로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진격의 거인의 힘으로 미래를 보고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좌절하는 장면도 있고요. 하지만 에렌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에렌은 어쩔 수 없이 학살자가 되기를 선택하고 땅울림을 진행시킨거죠.
이러면 사람들이 말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냐. 꼭 학살만이 답이었냐, 외교적으로 잘 대화해서 타협하면 되지 않겠냐. 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런 방법도 있겠죠. 근데 세상 모든 일이 말로 해결될 일이었다면, 전쟁은 왜 일어나고, 싸움이 왜 있겠어요. 말로 다 해결하면 끝인데. 외교적으로 잘 대화해서 타협. 이것도 말이 안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이었다면 애초에 라이너, 베르톨트, 애니를 파라디섬에 잠입시키지 않고, 말로 잘 해결했겠죠. 그리고 외교적으로 모두 파라디섬의 자원을 노리고 있고, 잘 통하지 않을 때는 무력행사까지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롭게 말로 해결하자고 하면 퍽이나 통하겠습니다. 그래서 결국 학살만이 답이었냐. 이건 모릅니다. 그저 에렌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였고,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어서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는 거보다는 자라리 이런 선택이 낫다고 생각하건겠죠.
그런 그에게 아르민 입장에서 고맙다는 말 한 번 못할까요. 이게 무슨 공개석상같은 자리도 아니고, 그냥 좌표공간 둘만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입니다. 체면같은 것도 차릴 필요가 없다는 말이죠. 그런 곳에서 에렌에게 넌 악마다. 사람을 죽여? 이 나쁜놈이라며 욕하는게 오히려 아르민이라는 캐릭터로써는 말이 안되는 거 같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학살자가 되겠다는 선택을 한 에렌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내는 게 오히려 아르민이라는 캐릭터에 더 어울리는 대사인 거 같다고 생각합니다.
'애니 > 애니 이러쿵저러쿵'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만화 스포 주의)월간순정 노자키 군 노자키가 사쿠라를 좋아한다 (0) | 2026.03.21 |
|---|